지인들은 자동차에 관한 궁금증은 항상 제게 물어봅니다.
자동차에 관심많고 잘 아는 사람이 저밖에 없대서, 항상 현실적인 조언을 해주려 노력합니다.
제 지인 대부분이 사회초년생입니다.
첫 차에 관심을 가질 때가 되었고, 어김없이 저에게 '첫 차는 어떤게 좋을까?' 라며 물어왔습니다.
저는 항상 이야기합니다. 절대 중고차는 사지 말라고
제가 중고차를 추천하지 않는 이유는 정말 간단합니다.
믿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저의 아버지께서는 자동차 업계에 30년 넘게 몸담아 오셨습니다.
중고차에 대한 미련을 버리게 된 계기는 아버지의 중고차 경험담과 이를 뒷받침하듯 주위에서 피해 입은 사례들입니다.
사실 생각해보면 당연한데, 인간은 이성보다는 감정에 치우쳐진 동물이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중고차는 믿을 수 없는 이유를 이제부터 자세히 설명하겠습니다.
중고차는 말 그대로 누군가 '썼던' 차입니다.
주인이 있었고, 그 주인이 타다가 '버린' 차죠.
정말 만족스럽고 쭉 타도 될 정도였다면 중고로 내놓았을까요?
예외적으로 자녀가 태어나서 더 큰 차가 필요했다던지, 필요성을 못느껴서 처분했다던지의 이유가 있을 수는 있습니다.
다만 확실한 것은 멀쩡히 타던 차를 중고시장에 내놓을 사람은 없다는 사실이죠.
중고차를 구매하는 것은 정체불명의 기계복합체를 돈 주고 사오는 것과 같습니다.
키로수와 연식, 사고유무, 보험처리 내역 등을 판단의 기준으로 많이들 삼지만, 이것도 의미가 없다는 게 제 주장입니다.
쉽게 풀어서 설명하면, 우리는 중고로 나온 차의 전 주인이 그 차를 어떻게 탔는지 알 수 없습니다.
양아치처럼 난폭운전을 했는지,
아니면 연비주행 위주로 운전했는지,
장거리를 매일 뛰었는지,
일주일에 한 번 몰 정도로 짱박혀 있었는지
절대 알 수 없습니다.
딜러가 아니라 개인에게 직거래로 구매한다해도 입에서 나오는 말이 사실인지는 모르죠.
따라서 키로수는 의미가 없습니다.
당연히 10만키로가 넘은 차는 볼 필요도 없이 많이 달렸고 그만큼 차가 노후화 되었지만, 반대로 고작 2만키로 뛴 매물이 멀쩡하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2만키로를 차에 무리가 갈 정도로 미친듯이 밟아 댔을지, 아니면 일주일에 한 두번 운전했는지 어떻게 알까요?
사고/보험처리 내역은 더 믿을게 못됩니다.
차가 어디 살짝이라도 긁혔거나, 혼자 주차하다 박은 것도 사고로 처리하는게 일반적으로는 맞는 이치입니다.
하지만 중고차에서의 사고내역은 기준이 훨씬 느슨합니다.
흔히 무사고 매물을 보면 '단순교환' 만 했다고 나와있는데, 크게 사고가 나서 뼈대나 엔진, 구동 계통까지 교환하지 않은 이상은 무사고로 친다는 말입니다.
그렇다는건, 접촉사고로 범퍼를 교환한 차는 단순교환으로 치며 무사고가 된다는 이야기죠.
접촉사고가 났던 차가 무사고라니 참 아이러니 하죠?
'교환했으니까 괜찮겠지' 는 어리석은 생각입니다.
한 번이라도 사고가 나서 무언가를 고친 차는 언젠가는 잡소리가 납니다.
사고부위의 유격이나 반복적인 진동으로 결합부가 느슨해져 찌그덕찌그덕대거나, 끼릭끼릭 소리가 나게 된다는 겁니다. 중고차니까 그러려니 하고 타기엔 어느새부터 매순간 발생하는 이 소음을 참아낼 사람은 드뭅니다.
여기까지는 양반입니다.
진짜 여러분의 지갑을 얇아지게 하는 것은 각종 소모품입니다.
경정비 다 되어 있고, 전차주가 차계부도 썼을만큼 신경을 썼던 차라도 여러분에게 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사실 이것도 당연한게, 전차주가 신경써서 관리한 부분은 수많은 부분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합니다.
그러면 나머지가 슬슬 문제를 일으킬 때가 되었다는 사실을 사람들은 잘 모릅니다.
당장은 문제가 없으니까,
전차주가 신경써서 관리했다니까,
소모품 관리 주기 철저하게 지켰댔으니까 괜찮겠지
- 라는 생각에 좋은 매물을 건졌다며 덜컥 구매를 해버립니다.
그 뒤로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한 두개씩 문제를 일으키기 시작한 차는 어느새 시장가액의 절반 이상을 수리비용으로 탕진하는 결말을 맞이합니다.
저는 세차업에 종사하고 있는데, 3년 동안 2000대에 가까운 차를 세차하면서 중고차도 많이 보았습니다.
하지만 중고차 구매 후 세차를 맡겼던 고객 중 만족하던 분은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왜냐?
자꾸 뭐가 눈에 들어오거든요.
차를 사기 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나한테 오니 보이기 시작한 겁니다.
심지어 위 사진처럼 허위매물이 아닌가 싶을 정도의 차들도 있었습니다.
비흡연차라고 안내받았는데 바닥에 담배빵이 있습니다.
공업사에서 수리 받았다는데 어디서 야매로 했는지 도색할때 쓰는 마스킹 테이프가 그대로 붙어있는 차도 있습니다.
최근에는 한 고객님께서 지인이 중고차 딜러라 믿고 티볼리를 사왔는데, 전 차주 자녀들이 먹던 과자봉지가 벨트클립에 그대로 쑤셔박혀 있는데다, 차 바닥 송풍구 쪽에는 아이들이 가지고 놀던 카드까지 나왔습니다.
고객이 보더니 놀래서 보여드린 사진 좀 보내달라고 하셨습니다.
또 한 명의 피해자를 보게 되었습니다.
이 모든게 허위매물 파는 딜러들과 모든걸 말하지 않은 전 차주의 잘못일까요?
아뇨, 이 사람들은 그저 무지할 뿐입니다.
진짜 잘못은 싸고 좋은 차가 있을 거라는 환상에 사로잡혀 정체불명의 기계복합체를 사온 여러분이 했습니다.
옛말에 아무것도 모르면 제일 비싼거 사라는 말이 있습니다.
싸고 좋은 것은 이 세상에 없다는 말이죠.
사람들은 이를 알지만, 혹시나 모를 행운을 기대하며 어렵게 모은 큰 돈을 쓰레기 차에 쏟아붓습니다.
제가 한창 중고차에 관심을 가졌을 무렵, 아버지께서는 따끔하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렇게 좋은 차가 있으면 자기들이 탔겠지, 뭐가 좋다고 너한테 그걸 팔겠냐?'
이때 해주신 말씀은 제 머릿속에 진리로 남아 중고차를 거들떠도 보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지들도 먹고 사는 입장인데 좋은 매물 안내놓으면 장사가 되겠어?' 라며 시큰둥하게 들었지만, 실제로 눈 앞에서 중고차를 사와 한숨을 내쉬는 고객들과 지인들을 보고 있으니 그제서야 아버지의 말씀이 와닿았습니다.
그래서 저도 아버지의 가르침을 이어받아 중고차 매물에 관심을 갖는 지인들에게 이야기합니다.
돈 모아서 선수금 내고 장기렌트를 하던, 새 차를 사던지 하라고 말이죠.
다시 말하지만 이 세상에 싸고 좋은 것은 없습니다. 또한 싸고 좋은 것을 남에게 거저 줄 바보도 없습니다.
골치 아픈거 싫으시면 신차를 사세요.
짜잘한 수리비를 포함해 하나부터 열까지 본인이 모두 감당 가능하다면 막지 않겠습니다.
현명한 사람이라면 후자를 택하진 않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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