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친숙한 수입차 중 하나를 꼽으라면 단언컨대 벤츠가 빠질 수 없습니다.
한때 부자들의 대명사로 불리기도 했고, 지금도 여유있는 사람들이 타는 차로 익히 알려져 있습니다.
차는 벤츠지~ 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우수한 성능과 품질, 단번에 알 수 있는 디자인,
최초의 가솔린 (휘발유) 자동차 발명을 시작으로 자동차 역사와 함께한 메르세데스-벤츠.
하지만 이 벤츠도 이불킥을 할 만한 흑역사가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벤츠라는 브랜드임에도 처참히 망했던 차가 있습니다.
필자가 기억하는 벤츠의 망작은 두 대입니다.
1. R-클래스
벤츠에도 카니발처럼 가족용 미니밴이 있었습니다.
럭셔리 미니밴을 목표로 한 R-클래스는 길이가 무려 5m 이상인 대형차였습니다.
북미/유럽 시장을 겨냥하여 크라이슬러와의 공동개발로 탄생했고, 2005년부터 생산을 시작했습니다.
출시 당시 넓은 공간/ 실용성/ 뛰어난 성능을 내세웠으나,
벤츠라 하기엔 어딘가 어정쩡한 디자인과 비싼 가격, 애매한 위치로 시장에서 외면 받았습니다.
또한 토요타 시에나, 혼다 오딧세이 등 저렴하고 실용성 높은 경쟁차종에 밀려 판매량이 처참했고,
우리나라에도 정식 수입했지만, 팔지 못한 재고를 다시 해외로 수출하는 지경까지 이르렀습니다.
2010년에는 부분변경을 거친 후기형이 출시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여전히 냉담했습니다.
경쟁 차종도 함께 연식변경을 통해 상품성이 향상되었고, 격차는 더 벌어졌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수입조차 되지 않았고, 목표로 했던 유럽과 북미시장에서는 택시로 전락하는 쓴 고배를 마셔야 했습니다.
R-클래스는 출시 후 고작 7년만인 2013년에 공식 단종되었고, 이후 벤츠에서 미니밴은 더이상 찾아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2. X-클래스
벤츠 최초의 픽업트럭이지만, 벤츠는 픽업트럭이라고 부른적 없다는 망작입니다.
북미에서 포드, 쉐보레, 닷지가 독점하다시피 하는 픽업트럭 시장에 벤츠도 도전하고 싶었던 걸까요?
결과는 역대 최악의 벤츠 탑 10에 선정되고, 언론으로부터 매몰차게 까였습니다.
픽업트럭이라면 기본적으로 높은 성능이 밑바탕이 되어야 하는데, X-클래스에서는 4기통과 6기통밖에 없었습니다.
미국산 픽업트럭이 기본 6기통, 8기통으로 시작하는 것에 비하면 허약함을 넘어 심신미약자 수준이었습니다.
가장 치명적인건 본인들도 폭망을 예상했는지 북미시장이 아닌 남미, 호주, 아프리카 시장에만 출시했다는 겁니다.
또한 엔진과 구동계통 부품만 벤츠 자신들의 것을 사용하고, 기본 뼈대와 디자인도 닛산 나바라를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심지어 생산도 닛산 공장에서 했다니 벤츠 로고를 단 닛산이나 다름 없었습니다.
결국 X-클래스는 부분 변경없이 출시 2년만에 생산중단 절차를 밟은 벤츠의 '최단기간' 차종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벤츠의 흑역사 두 대를 만나보았습니다.
벤츠같은 기업도 시장조사에서부터 어긋난 경우가 있다니 신기하지 않나요?
이 두 차량은 벤츠가 자신을 너무 과신했다는걸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결과물입니다.
본인들이 만든건 어디서든 잘 팔릴 거라는 '자만'이 이 차들을 폭망으로 이끌었습니다.
이 이상 벤츠의 흑역사가 늘어나지 않기를 바라며 이만 글을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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