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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자동차 지식

포르쉐는 왜 왼쪽에 키를 꽂을까?

by 라이언 킴 2023. 1. 19.

필자가 처음 포르쉐를 탔을때 어쩔줄 몰라 허둥대던 적이 있습니다.

시동을 걸 수가 없었던 겁니다.

분명 키 삽입부나 시동버튼은 핸들 오른쪽이나 중앙부 또는 기어봉 옆에 있는데, 아무리 찾아도 손에 들고 있는 키를 어디다 꽂아야 하는지 몰랐습니다.

그러자 친구가 씨익 웃더니 '여기 있다 무식한 놈아.' 라며 어딘가를 가르켰습니다.

친구가 가르킨 쪽은 핸들 왼쪽 부분이었는데, 정말 그쪽에 키를 꽂는 삽입부가 있었습니다.

키를 오른손에 든 순간부터 이미 오답이었습니다.

'얘네는 왜 여기다 만들어놓은거야 사람 헷갈리게.' 멋쩍은 표정으로 키를 꽂고 돌리자마자 들리는 웅장한 시동소리.

차를 타고 가면서 친구가 포르쉐의 키 삽입부가 왜 왼쪽에 있는지에 대해 재미있는 일화를 들려주었습니다.

포르쉐가 왼쪽에 키를 꽂게 만든 이유는 19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966년 포르쉐 906 LH의 모습

당시 포르쉐는 르망 24시라는 세계 자동차 선수권에 출전 중이었습니다.

르망 24시는 포드, 페라리, 애스턴 마틴, 재규어 등 전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제조사들이 자신들의 기술력과 역량을 증명하는 장이었습니다.

르망 24시는 말 그대로 '24시간' 경주를 펼치는 대회였습니다.

선수들은 24시간동안 밤낮 가리지 않고 평균 300km/h가 넘는 속도에서 초인적인 집중력을 발휘해야했고, 완주하기 위해선 동시에 자동차의 성능과 내구성이 뒷받침 되어야 했습니다.

르망 24시 경기시작 직후 모습

이 르망 24시는 경기를 시작하는 방식이 아주 독특했는데, 차 앞에서 선수들이 대기하다가 시작 총성이 울리면 재빨리 차로 뛰어들어가 시동을 걸고 출발했습니다.

흔히 우리가 아는 경주는 출발선에 서서 초록불이 들어오면 다같이 출발하는데, 르망 24시는 선수 자체의 민첩성, 순발력까지 승부의 요소였던 것이죠.

키 삽입부가 왼쪽에 있는 1971 포르쉐 917 레이스카

그래서 차에 타서 시동을 거는 그 순간도 단축시키기 위해 포르쉐는 키 삽입부를 왼쪽에 만들었습니다.

차에 앉아 오른손으로 키를 꽂고 출발하면 상대적으로 늦어지기 때문에, 차에 타면서 왼쪽에 바로 키를 꽂고 문을 닫는 순간 출발할 수 있도록 한 겁니다.

나열할 공간도 부족한 포르쉐의 르망 24시 우승기록

이렇게 작은 부분까지 신경써서 유리한 조건을 두루갖춘 포르쉐는 독주라 불릴 정도로 르망 24시를 연이어 재패합니다.

나중엔 개최 측에서 포르쉐가 우승하지 못하도록 규정을 변경했을 정도니 얼마나 우위에 있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2023년식 포르쉐 911의 내부

포르쉐는 지금까지도 특정 모델을 제외한 오리지널 라인업에 좌측 키 삽입 방식을 유지하고 있으며, 자신들의 역사와 전통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이제부터 포르쉐를 타게 된다면, 왼손에 키를 들고 넣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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