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슬란이라는 차를 들어보셨나요?
2015년 현대차에서 야심차게 출시한 세단입니다.
하지만 이 차는 어느샌가 소리소문없이 자취를 감췄습니다. 세간에서는 소식도 없다시피 쓸쓸히 단종을 맞이했습니다.
아슬란은 풍부한 편의장비, 정숙한 주행감, 힘 좋은 엔진 등 스펙만 보면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이 스펙으로도 대차게 망한 이유는 3가지입니다.
1. 디자인
아슬란이 출시되던 시기는 그랜저 HG가 판매되고 있었습니다.
그랜저의 디자인이 너무 젊어진 탓에 호불호가 극심하게 갈렸고, 이에 따라 중후한 럭셔리 세단을 찾는 중년층은 수입차로 떠나고 있었습니다.
아슬란의 목표는 이 고객층을 사로잡는 동시에 자존심 회복이었는데, 처참하게 실패했습니다.
외형이 LF 소나타를 연상케 하며, 직선이나 곡선도 아닌 어중간한 디자인이었습니다.
특히 앞뒤가 LF 소나타와 매우 비슷했는데, 그랜저의 윗급으로 출시한 차가 한참 아래인 소나타와 비슷한 디자인이라며 먼지나게 혹평받았습니다.
또한 제네시스 바로 아래이자 현대의 기함이라면 목표로 했던 중후함이라도 느껴져야 하는데, 당시 판매되던 제네시스 DH와 나란히 놓고 보면 초라하기 그지 없습니다.
2. 애매한 위치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아슬란은 현대의 기함으로 출시한 차입니다. 하지만 기함이라기엔 너무 애매했습니다.
당시 현대의 세단 라인업은 엑센트> 아반떼> 소나타> 그랜저> 제네시스였습니다.
각 차종마다 특징이 분명하게 나뉘어 있어 사실상 라인업 수정이 필요 없었습니다.
또한 2015년은 제네시스를 현대의 상위 브랜드로 런칭하기 전인데다 에쿠스는 단종절차를 밟고 있었기에, 현대의 기함은 제네시스가 맡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랜저와 제네시스의 간극을 메우기 위해 아슬란이라는 새 라인업을 집어넣었으니 애매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차라리 그랜저 HG의 후속모델로 나왔다면 대박쳤을 거라는 여론이 지배적이었고, 개발 프로젝트명이 AG라는 점을 보았을 때 아슬란은 포지션을 잡아도 한참 잘못 잡았습니다.
또한 역사깊은 기존차종은 인지도라는 강력한 무기가 있지만, 새로운 라인업 모델은 특출난 메리트가 없다면 그 결과는 치명적입니다. 아슬란은 그 어떤 메리트도 없었습니다.
껍데기만 바꾼 그랜저였고, 그랜저로 부족하면 차라리 제네시스로 넘어갔습니다.
아슬란은 그 사이에 끼어있는 애매한 차였습니다.
3. 못고친 옛날 버릇
아슬란이 망한 이유는 포지션과 디자인도 있지만, 현대차가 옛날부터 고수하던 방식이 가장 치명적이었습니다.
현대차는 꼭 우려먹기로 '외전격 단일모델' 을 하나씩 출시했습니다.
2세대 그랜저를 재탕한 다이너스티.
소나타 3를 고급화로 재탕한 마르샤.
갤로퍼를 신식으로 재탕한 테라칸.
싼타페 (CM)의 길이를 늘려 고급화한 베라크루즈.
싼타페 (DM)에 좌석만 더 얹은 맥스크루즈.
아반떼를 친환경으로 만든 아이오닉.
이처럼 아슬란은 현대의 우려먹기로 다이너스티와 같은 전철을 밟았다가 대차게 망했습니다.
시대착오적인 전략이 불러온 결과였습니다.
2010년대는 자동차의 네이밍 벨류, 디자인이 승부수였을만큼 인식이 빠르게 변화하던 시기였습니다.
거기서 그랜저와 같은 뼈대로 우려낸 애매한 차가 살아남을 순 없었습니다.
정리하면, 아슬란이 망한 이유는 아래와 같이 세 가지입니다.
디자인 (LF 소나타 고급형)
애매한 위치
우려먹기 (껍데기만 바꾼 그랜저)
아슬란은 2014년부터 2018년까지 4년동안 딱 한번 연식변경을 거쳐 연명하다 생산이 중단되었고, 단종 직전엔 100대도 안팔리는 처참한 기록을 갱신했습니다.
공장의 생산 라인에서도 빠져 주문이 들어오면 기계가 아닌 사람이 달라붙어 수제작한다는 소문까지 돌았습니다.핸드메이드 현다이
터키어로 '사자'를 의미하는 아슬란은 세간에서 조롱하는 의미로 '어슬렁' 이라 불렸고, 말 그대로 시장을 어슬렁거리다 떠난 자동차가 되었습니다.
아슬란 단종 후 현대차는 그랜저를 다시 기함의 위치로 올려 놓았고, 제네시스는 상위 브랜드로 론칭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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