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를 출고하면 그 기분은 해본 사람만 알죠.
누구의 손도 닿지 않은 내 차의 비닐을 하나 둘씩 뜯는 쾌감, 반짝반짝 빛나는 외관과 은은한 새차 냄새가 나는 실내까지.
하지만 이 희열을 느끼기도 전에 김 빠지고 스트레스 받게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단차라는 불량입니다.
단차는 차량 외관에서 이어지는 부분이 딱 들어맞지 않고 어긋나있는 마감 불량을 일컫는 말입니다.
예를 들면, 창문 몰딩이 수평이 아닌 경우, 범퍼나 휀다/문짝이 떠있는 경우를 꼽을 수 있습니다.
차를 자세히 보았을 때, 무언가 자연스럽지 않다 싶으면 단차입니다.
필자의 고객은 그저께 신형 셀토스를 출고했습니다.
대리점 직원인 지인을 통해 구매하였고, 약 한 달 정도 기다린 끝에 따끈따끈한 신차를 가져왔습니다.
품질의 이상은 없는지, 고객이 인지하지 못한 문제점은 없는지 둘러보는데, 신차가 맞나 싶을 정도였습니다.
일일이 설명할 수 없을만큼 단차가 많았습니다.
필자가 발견하여 촬영한 단자 부위는 무려 15군데, 차 전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게다가 수리 받은 중고차도 아닌 갓 출고한 신차가 이 정도면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문제입니다.
창문 몰딩은 똑바로 이어지지 않아 역단층 형태고,
휀다와 범퍼를 잇는 플라스틱 트림은 어긋나 손가락이 툭툭 걸렸으며,
문짝은 살짝 기울어 틈새가 위로 갈 수록 넓어집니다.
'공업사에 맡기는게 단차가 더 줄어들 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만큼 품질과 마감이 말도 안된다는 겁니다.
고객께 위 모습을 보여드리며 내용을 전달드리자 바로 담배를 피러 나가셨습니다.
불편한 진실을 전한 필자의 마음도 불편했지만, 3000만원 가까이 주고 구매한 차를 이런 상태로 타도록 모른척 할 수 없었습니다.
'차를 타는데 지장은 없는거죠?' 라는 고객 질문에
'지장은 없지만 새차라 하기엔 납득하기 어려운 상태입니다.' 라고 답변 드렸습니다.
고객은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라는 말과 함께 바로 어딘가를 전화를 걸고 계셨습니다.
아마도 본인이 구매한 대리점에 건게 아닐까라는 추측과 함께 현장에서 철수했습니다.
필자가 중고차를 구매하지 말라고 말씀드리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신차만 해도 이런 경우가 있는데 하물며 중고차는 어떨까요?
신차는 공장에서 갓 나온 기계복합체지만,
중고차는 정체불명의 기계복합체입니다.
신차는 이렇게 출고한 뒤 문제가 발견되면, 당당하게 보상을 주장할 수 있습니다.
인수 거부 및 재출고를 통해 새로운 차를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고차는 구입한 순간부터 오로지 내 몫입니다.
어제 없던 문제가 오늘 터지는 게 중고차라 허위매물임을 증명하기도 어렵습니다.
반도체 수급난으로 전체적인 자동차 출고기간이 말도 안되게 길어졌습니다.
아반떼는 옵션/ 등급 상관없이 9개월, 국민 경차 모닝도 4개월 이상입니다.
하지만, 수급난과 자동차 품질은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신차는 어떤 경우도 문제가 없어야 합니다.
2023년에 출고한 차에 단차가 이렇게 많다는건 어떻게 생각해도 용납할 수 없습니다.
2009년에 출고하여 무려 14년 된 필자의 차도 이렇게 단차가 많지 않습니다.
14년 세월의 차이만큼, 품질도 같이 좋아져야 정상입니다.
하지만 지금 차들은 가격만 비싸고, 품질은 낮아졌고, 뽑기운에 의존해야 할 만큼 상태가 심각합니다.
자동차 제조사들은 상황이 어려운만큼 대대적인 품질 점검으로 자신들의 얼굴에 먹칠하지 않을 노력을 해야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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