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11시에 일어나니 모르는 번호로 4통이나 부재중이 찍혀있었습니다.
휴무일인줄 모르는 고객이겠거니 해서 그냥 무시했는데, 오후 2시경에 문자가 한통 왔습니다.
내용을 읽자마자 벌써 짜증이 치밀었습니다.
안그래도 중고로 내놓을 차니까 더이상 투자하지 말자고 마음먹은지 일주일만에 사고가 터졌습니다.
크리스마스 선물을 이렇게 준다고?
일단 연락온 사람에게 전화한 후 현장확인을 위해 내려오시라 말씀드렸습니다.
필자도 차 상태 확인을 위해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갔습니다.
멀리서부터 흠집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차 상태는 이랬습니다.
문자로는 약간 부딪혔다고 했는데, 실제 상태는 강하게 긁혀 가해자 차의 도색도 묻어있었습니다.
벌써 화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문자로 이야기한 내용과 상태가 다르고,
특히 저 '약간' 이라는 표현이 순전히 본인 기준에서 판단했다는 생각이 들어 더 괘씸했습니다.
내려온 가해자는 50대 중년 남성이었습니다.
웃으면서 오는 모습부터 신경을 건드렸습니다.
오자마자 자초지종을 줄줄이 설명합니다.
제가 아침에 군대 간 아들 면회가 있어가지고 일찍 나가려는데 이면 주차한 차들이 너무 많고 서둘러 나가려다가 선생님 차를 긁었는데 어쩌구저쩌구 ....
하나도 안궁금했습니다.
그건 가해자 측 사정이고,
가만히 세워둔 필자의 차를 긁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는데,
사정을 말하면 봐주겠거니 하는 듯한 주절거림에 인내심이 다 떨어질 지경이었습니다.
더이상 듣고 싶지 않아서
'중고로 판매할 차라서 더이상 제 돈 안쓰고 싶으니 보험처리 하겠습니다'
-라고 바로 결론을 말했습니다.
근데 가해자 얼굴이 확 굳어지더군요.
보험처리하면 곤란한 이유라도 있었나 봅니다.
굳어진 얼굴로 말하던 가해자의 대사를 그대로 옮겨 적자면,
"그렇게 큰 상처도 아니고 단순히 지나가면서 마찰로 묻은 상처니까, 간단히 제거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
제가 자동차 업계에서 일하는데, 저도 중고로 제 차 판매했었고, 파신다고 해도 이걸로 감가 먹이지도 않고, 이력으로 남지도 않습니다."
이 말을 듣자마자 안그래도 화가 나는데 머리 끝까지 분노가 치밀었습니다.
남의 차 범퍼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놓고, 사과 한마디 없이 한다는 소리가 고작 이겁니다.
처음부터 정중하게 사과하면서 말을 시작해도 될까 말까한 상황인데,
별거 아닌듯 치부하는 저 말과 태도를 보고 있으니 선처할 생각 따위는 말끔히 사라진 지 오래였습니다.
다시 숨을 가다듬고 차분하게 말했습니다.
"지금 본인 입장을 잘 모르시는 것 같은데,
가만히 서있던 남의 차 이렇게 긁어놨으면 보험처리해도 할 말 없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감가 여부는 제 차를 중고로 넘겨서 감정 받을때나 확실히 알 수 있는거고,
본인이 차를 생각하는 기준이랑 남이랑 똑같이 생각하시면 곤란하죠.
이 차 앞범퍼 사고난 적도 없고, 지금 본래 도장 그대로인 상황에 이렇게 흠집이 난 상태인데,
저는 더이상 이 차에 돈쓰지 않고 싶다고 분명히 말씀드렸습니다.
그러니 보험처리 하시고 번호 저한테 보내주세요."
-라고 말했습니다.
가해자가 멘붕이 온 표정을 하더니,
"보험처리 하시게 되면, 렌트카도 나오고 비용이 상당한데 어떻게 선처 안되시겠습니까?"
이제서야 본심을 드러냅니다. 하지만 끝까지 사과는 없습니다.
더이상 말 섞기도 싫어진 마당에 빨리 이 상황을 끝내고 싶어서
"그럼, 어떻게 보상하실 겁니까?" 라고 물어봤습니다.
"보험처리 하셔도 할 말은 없지만, 안하신다고 하면 수리비 50만원 현금으로 드리겠습니다."
어차피 보험처리한다고 하면 빌빌댈거 뻔하고,
나중에도 이 사람이랑 계속 연락해야 된다는 사실이 짜증나고 귀찮아서 그냥 현금 달라고 그랬습니다.
그런데 이 가해자가 끝까지 구질구질한게 송금하는 과정 내내 징징대기를 시전합니다.
그래도 50만원까지는 아닌 것 같은데 조금만 깎아주시면 안되는지~
같은 아파트 주민끼리~,
자기도 자동차 업계 종사자라 이정도 안나오는거 아는데~
결정타로 '보험 처리 할까요?' 라는 한마디에
'보내드리겠습니다' 라고 태도가 바뀌었습니다.
송금내역 확인 후 상종하기 싫어서 바로 그 자리를 떠났습니다.
기가 다 빨려서 담배 한대 피우고 집을 들어가는데,
가해자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본인이 너무 자기 생각만 해서 죄송하다며 지금이라도 이렇게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하더군요.
이미 선 넘을거 다 넘은 마당에 지금 사과가 무슨 소용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알겠습니다' 라고 대답하고 끊었습니다.
지금까지의 내용을 토대로 정리해보면,
가해자는 보험 처리하면 곤란한 상황이고,
보험처리는 하기 싫은데 돈 주는건 아까운 그런 인간입니다.
마음만 같아선 보험처리 해버리고 렌트카까지 타고 싶었지만,
필자도 차를 매일 이용해야하고, 괜히 내차 피해 이력 추가하기도 싫어서 현금 받았습니다.
이처럼 사고가 났다면, 상대방이 어떻게 나오는지부터 보세요.
정중하고 진심 어린 사과와 함께 처리방식을 물어본다면 원만한 합의가 가능하겠지만,
사과는 커녕 손해보지 않으려 이리저리 변명하고, 별거 아닌듯 치부하는 뉘앙스를 풍기면 얄짤없이 보험처리 해버리세요.
세상에는 참 다양한 사람이 있다는걸 오늘도 깨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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