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2096 고장코드 해결, 로체 이노베이션 수리

필자의 차는 2009년에 출고하여 올해로 14살이 되었습니다.

아무리 애지중지 관리해도 보내온 세월이 있으니 하나 둘씩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하더군요.

 

어느날 퇴근길에 갑자기 뜬 엔진 경고등은 어디가 문제일지 모르는 상황에 불안하기만 했습니다.

카센터 갈 시간은 없고, 막상 계속 타고 다니자니 빨간색으로 변할 것 같아 OBD 툴을 꽂아 문제를 확인했습니다.

 

진단화면이 보여준 고장코드는 P2096.

형제차인 NF 소나타 트렌스폼과 공유하는 고질병입니다.

 

로체와 소나타는 엔진부터 뼈대까지 중요 부품 대부분을 공유합니다.

 

그래서 소나타의 후드를 열어보면 로체와 생김새가 완전히 똑같은 세타 2 엔진이 있습니다.

고장코드 P2096은 딱 세 군데만 확인하면 됩니다.

갈비뼈처럼 생긴 흡기 가스캣, 전/후방 산소센서 2개, 촉매입니다.

산소센서 문제일 경우, Oxygen Sensor 라고 별도의 고장코드가 뜨기 때문에, 제외하면 두 군데만 남습니다.

 

고장코드만 확인했을 때는 촉매인줄 알고 큰 돈 들어갈 준비하고 있었는데, 자주 이용하는 단골 카센터에서 마지막으로 점검 받고 해결하자는 생각에 방문했습니다.

리프트를 올리고 촉매를 탈거해서 확인하는데 사장님께서는 촉매는 육안 상으로는 문제가 없다고 하시더군요(?)

찜찜함을 뒤로 하고 이제 남은 것은 흡기 가스캣!

 

가스캣에 금이 가있거나 흡착 고무가 헐거나 찢어졌을 경우 내부로 공기가 들어가 혼합비에 문제가 생깁니다.

자동차가 가속이 굼뜨고 무거워지며, 더 많은 힘을 필요로 하게 되어 연비도 나빠집니다.

딱 필자의 차 상태입니다.

하지만 사장님이 가스캣 틈새로 흡기 크리너를 뿌리셨을 때 따로 공기흐름이 달라지거나 하는 현상은 없었습니다.

결국 촉매 문제구나... 하고 포기하려는데, 사장님께서 마지막으로 확인할 게 있다시며 진단 툴을 연결하십니다.

 

산소센서 실시간 그래프를 띄워놓고, 가스캣에 크리너를 뿌리는데 곡선에 변화가 생겼습니다...!

정상이라면 일정한 등락으로 유지되어야 할 곡선이 크리너를 뿌리는데 반응을 하는 겁니다.

외부 물질에 반응하는건 도둑공기가 들어가고 있다는 소리입니다.

가스캣 결합부에 문제가 있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속으로 만세를 불렀습니다.

 

촉매 문제였다면 순정 기준 150만원 가까운 금액이 나왔을 겁니다.

재생품은 100만원 아래로 해결 가능하지만, 이 세상에 싸고 좋은 건 없듯이, 1년도 안되어 다시 경고등이 뜰 수 있습니다.

싼 걸로 갈았다가 문제 생겨서 두 번만 갈아도 결국 순정품 가격이 나오게 됩니다.

하지만 시장 가액이 300만원 남짓인 이 차에 150만원을 투자하는 건 미친짓이나 다름 없었습니다.

 

가스캣이 문제라면 10만원 중후반으로 해결할 수 있으니 큰 돈이 굳었습니다.

드디어 한 달 넘게 속썩이던 로체의 대수술이 시작되었습니다.

 

사장님께서 뚝딱뚝딱 분해하시더니 가스캣을 떼어내셨습니다.

동그라미 친 부분을 보시면 밀봉되어야 할 결합부의 고무 실링이 낡아서 너덜너덜해진 모습입니다.

알맞은 양의 공기가 연료와 혼합되어 폭발하는 힘으로 출력을 내야 하는데 중간에 도둑공기가 들어가니 혼합비가 맞지 않게 되고, 폭발력도 낮아져 전반적인 차 성능이 저하됩니다.

 

낡다못해 녹슬고 있는 점화플러그

점화 플러그도 오래되어 교체할 때가 되었다고 하시며 상태를 보여주셨습니다.

자잘한 소모품은 관리하면서 정작 중요한 엔진 소모품은 신경을 못썼다는 생각에 반성하게 되더군요.

작업시간이 오래 걸릴 예정이라시며 볼일 보고 오시라 하셨습니다.

점심 먹고 내려가니 작업이 모두 끝나 있었습니다.

 

신품으로 교체한 흡기 가스캣

시동을 걸어보니 엔진 경고등은 온데간데 없고, 공회전 만으로 차가 부드러워진게 느껴졌습니다.

시운전으로 동네 한 바퀴 도는데, 힘이 넘치다 못해 튀어나갑니다.

흡기 가스캣, 점화 플러그 4개를 교체한 비용은 총 22만원.

촉매 7분의 1 가격에 저를 괴롭히던 문제를 싹 해결했습니다.

 

제가 애용하는 카센터 사장님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맡길 수 있는 몇 없는 분입니다.

이미 필자 가족의 차 3대가 거쳐갔으며, 한번 고치신 부분은 교체 주기가 될 때까지 문제 일으킨 적이 없습니다.

 

또한 현실적으로 차를 봐주시기 때문에, 타는데 지장이 없는 부분은 고치라 하지도 않으시고 선택권을 주십니다.

아직도 도로에서 NF 소나타와 로체 이노베이션이 많이 보입니다.

고질병인만큼 슬슬 경고등 뜰 때가 되었을 겁니다.

다른 곳에서 눈탱이 맞지 마시고 여기서 진단 받고 깔끔하게 해결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