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나타 부품을 쓴 스포츠카
필자가 포르자 호라이즌이라는 레이싱 게임을 하던 도중, 신기한 사실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세간에 잘 알려지지 않은 스포츠카를 하나 구매했는데, 어딘가에서 알 수 없는 익숙함이 느껴졌습니다.
구매한 차의 이름은 노블 M400, 살면서 처음 본 자동차였습니다. 노블은 1999년에 탄생한 영국의 스포츠카 제조사입니다.
리 노블이 자신의 이름을 따 노블 오토모티브라는 제조사를 창립한 것이 기원이며, 주로 경량 스포츠카를 제작합니다. 필자가 익숙함을 느낀 모델은 2004년부터 2007년까지 생산된 M400입니다. 간략한 제원을 살펴보면, 포드의 6기통 3,000cc 듀라텍 엔진에 트윈터보를 얹어 425마력을 발휘합니다. 또한 슈퍼카들처럼 좌석 바로 뒤에 엔진을 싣는 미드십 형식을 채택하였는데, 눈여겨 볼 점은 이 차의 무게가 불과 1,060kg밖에 안된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대표 경차인 모닝의 무게가 995kg인 점을 생각하면, 이 차가 얼마나 가벼운지 알 수 있는 부분입니다.
이 미친듯이 가벼운 무게 덕분에 정지상태에서 출발하여 100km/h까지 도달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고작 3.2초입니다. 최고속도는 301km/h로, 사실상 스포츠카보다는 슈퍼카라는 명칭이 더 어울리는 차입니다. 지금은 스포츠카들이 300km/h는 우습게 넘기는 시대라 별 감흥이 없을 수 있지만, 이 차가 출시된 년도가 2004년입니다.
2004년에 우리나라에서는 스포츠카라 해야 투스카니밖에 없었고, 기존의 슈퍼카 제조사들을 제외하고는 최고속도가 300km/h가 넘는 스포츠카는 손에 꼽을 정도였죠. 비록 자체 제작한 부분은 없었어도, 세계 각지 제조사들로부터 부품을 수급받아 조합하여 저런 성능을 발휘하도록 설계하는 것 또한 기술력입니다.
본론으로 돌아가서, 필자가 익숙한 느낌을 받았던 부분은 M400의 후미등입니다. 저런 형태를 분명히 어디선가 본 것 같은데... 하고 곰곰히 생각해보니 우리나라 차 한대가 떠올랐습니다.
바로 EF 쏘나타입니다. 두 차를 나란히 놓고 비교해보니 노블에서 EF 쏘나타의 후미과 완벽히 똑같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종종 슈퍼카나 스포츠카 제조사에서 타 제조사의 양산차 부속을 가져다쓴다는 사실을 대충 알고 있었지만, 우리나라 차 부품을 가져다 쓴걸 보니 조금 충격이었습니다. 아무래도 노블이 주문 제작으로 판매하는 소형 제조사라 개발 예산이 적다보니 여기저기서 가져온 듯 한데, 현대 부품까지 가져온 줄은 몰랐습니다.
자세히 검색해보니, 노블 M400의 바로 전 모델인 M12도 1993년식 포드 몬데오의 후미등을 가져다 사용했더군요. M400과 M12는 사실상 같은 차인데, 연식변경과 개선으로 이름이 바뀐 케이스라 보면 되겠습니다. 영국의 스포츠카 제조사가 현대 쏘나타의 부품을 가져다쓰다니, 뭔가 자랑스럽기도 하면서 의문스러운 부분도 있습니다.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 사용했는지, 부품비용이 저렴해서 사용했는지는 노블 개발진들만 알겠죠? EF 쏘나타의 후미등인걸 모르고 보았을 때나 알고 보았을 때나 위화감이 단 1도 없다는게 참 신기합니다.
또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이 노블 M400을 가져다가 판매하는 제조사가 있습니다. 바로 미국의 스포츠카 제조사 로시온입니다.
Q1이라 불리는 이 모델은 M400을 베이스로 디자인만 소폭 수정하여 2008년부터 2018년까지 생산했습니다. 이 차 역시 M400에 들어간 EF 쏘나타의 후미등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시커멓게 바꿨을 뿐이죠. EF 쏘나타는 2005년에 단종되었는데, 유일하게 후미등은 살아남아 스포츠카에 쓰이고 있었습니다. 본체는 사망했는데 장기만 재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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