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단 뒷유리에 와이퍼가 없는 이유
SUV와 해치백 뒷유리에는 와이퍼가 달려있는데, 흔히 승용차라 불리는 세단에는 와이퍼가 없습니다. 'SUV나 해치백보다 세단의 뒷유리가 더 큰데, 오히려 세단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라는 궁금증에 어처구니 없는 결과를 알아냈습니다. 얼마 전, 인스타그램의 한 자동차 제조사 공식 프로필에 '세단 뒷유리에 와이퍼가 없는 이유' 라는 게시물이 하나 올라왔었습니다. 설명을 하나씩 넘기며 읽어보는데, 참 어이없는 답변을 써놓았더군요.
세단과 달리 해치백과 SUV는 달리면서 차량 후면에 와류현상이 일어나 온갖 오염물이 달라붙어 쉽게 더러워지는데, 세단은 지붕의 경사가 완만하여 필요 없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결론은 지붕이 끝에서 떨어지는 형태인 SUV, 해치백과 달리 세단은 완만하기 때문에 와이퍼를 안 넣었다! 라는 것이죠. 이 말도 안되는 소리에 댓글창에는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이 차량은 SUV인데 왜 와이퍼가 없나요?' 부터 '세단 뒷유리가 훨씬 큰데 그 경사로 해결이 될거라 생각하나?' 까지 결국 제조사 측에서 게시물을 삭제했습니다. 본인들도 찔린 셈입니다. 필자가 알아본 바에 의하면 세단 뒷유리에 와이퍼가 없는 이유는 딱 2가지입니다.
1. 원가절감
필자가 생각하는 주된 이유가 차를 개발할 때 들어가는 비용을 아끼기 위한 원가절감입니다. SUV와 해치백은 기본적으로 세단보다 가격이 비쌉니다. 따라서 비싼만큼 무언가 더 넣어주었을 확률이 크고, 비용도 덜 절감했다는 의미가 됩니다. 그렇다면 경차는 왜 뒷유리에 와이퍼를 넣을 수 있었을까요? 반대로 저렴하기 때문에 와이퍼까지 넣을 여유가 있었던 겁니다. 단가가 싼 만큼 들어가는 부품도 적고, 예산도 여유롭게 설정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국민 경차인 모닝도 최하위등급인 스탠다드 마이너스를 선택하면 뒷유리에 와이퍼가 없습니다. 이제 원가절감으로 해치백에 들어가는 와이퍼도 빼기 시작했습니다. 나중에는 전면부 와이퍼도 빠져서 워셔액만 분사하고 끝이 아닐까 진심으로 우려스럽습니다.
2. 구조변경 문제
두번째로는, 기존의 구조를 변경하기 번거롭다는 점입니다. 해치백이나 SUV는 뒷유리 상단에 워셔액 노즐과 그 근처나 유리 하단에 와이퍼와 모터가 달려있습니다. 이 구조는 한번 개발하면 대대로 개량해서 후속차량에 적용이 가능하지만, 애초에 세단은 이런 사례가 없었습니다.
세단의 경우, 뒷유리 면적이 넓기 때문에 전면과 동일한 구조인 2개의 와이퍼와 워셔액 노즐이 들어가야 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앞과 동일한 구조로 제작하기 위해선 기존의 구조를 송두리째 바꿔야하는 동시에, 추가적인 개발비가 들어갑니다. 또한 앞과 뒤가 똑같은 구조로 인한 어색함을 잘 풀어내야 한다는 것도 큰 과제가 됩니다. 따라서 돈도 아끼고 익숙한 형상이라 일석이조인 방안으로 그냥 빼버리고 와류현상 따위의 변명으로 일관하는 중인 셈입니다.
세단 뒷유리에 와이퍼가 없어 운전자들은 불편하지만, 기업의 입장에서는 가만히 놔둬도 될걸 새로 개발하는 것조차 손해이기 때문에 문제는 여전한 상황입니다. 사실 2가지 이유 중, 원가절감에 더 무게가 실릴 수 밖에 없는게, 90-00년대에 출시한 세단에는 실제로 뒷유리 와이퍼가 있었습니다.
일본의 닛산 스카이라인 세단을 보면, 넓직한 뒷유리와 함께 와이퍼가 달려있는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전면과 동일하진 않지만, 적어도 운전석 위치에 맞춰 후방시야는 확인할 수 있도록 달려있습니다. 이 당시에는 일본 내수시장 한정으로 뒷유리에 와이퍼를 추가하는게 기본이 아닌 '옵션'이었으나, 그래도 세단까지 적용시켰다는 의의가 있습니다.
이 밖에도 미쯔비시의 랜서, 스바루의 임프레자 등 일본을 대표하는 세단들에는 모두 뒷유리 와이퍼가 있었습니다. 이 제조사들이 바보라서 남들 넣지도 않는 뒷유리 와이퍼를 넣었을까요? 당연히 넣어야 할 걸 넣었을 뿐입니다. 다른 제조사들이 그걸 안하는 것 뿐이죠.
하물며 우리나라의 현대 투스카니도 뒷유리에 와이퍼가 달려있습니다. 투스카니는 정확히는 세단이 아니라 쿠페지만, 제조사가 주장하는 SUV나 해치백에 비해 완만한 지붕 경사로 필요없다는 논리라면 더 완만한 쿠페에는 원래 없어야 합니다. 따라서 못 넣는게 아니라 안 넣고 있다는 것입니다. 20년 전에도 넣을 수 있었던걸 과연 2023년이라고 못할까요? 현대 투스카니는 2001년에 출시하여 올해부로 22년을 바라보고 있는 차입니다. 기술이 퇴화했다면 모를까 절대 못넣는게 아니라는 겁니다. 비용절감을 핑계삼아 어디까지 운전자의 편의를 깎아내릴건지 제조사들의 미래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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