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나타 DN8이 망한 이유
쏘나타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민세단입니다. 무려 30년이 넘도록 우리나라의 역사와 함께했다해도 과언이 아닌 자동차이죠. 현재 판매되고 있는 가장 최신 모델인 DN8은 그 위치가 위태롭습니다. 사실상 현대의 주력 차종인데, 부진 속에서 허덕이고 있습니다. 이렇게 부진 속에서 허덕이다 쓸쓸히 퇴장하는 자동차를 망작이라고 부릅니다. 쏘나타 DN8, 왜 망했을까요? 쏘나타 DN8은 역대 쏘나타 중에서 가장 최신 차종인만큼 풍부한 편의장비와 옵션을 달고 있습니다. 또한 엔진과 각종 부속 등도 개량, 개선된 것을 사용하여 가격대비 품질도 단연 우수합니다.
버튼식 변속기, 전자식 계기판, 태양광을 동력으로 바꾸는 솔라루프, 럭셔리카의 대명사인 나파가죽시트까지 어디 내놓아도 부족하기는 커녕 차고 넘치는 수준입니다. 하지만 이런 우수한 품질과 풍부한 옵션에도 불구하고 쏘나타 DN8에 제동을 걸어버린 요소들이 있습니다.
1. 디자인
쏘나타 DN8의 발목을 가장 크게 잡은 요소가 바로 디자인입니다. 출시되자마자 외관에 대한 혹평이 줄줄이 이어졌습니다.
메기를 닮았다는 평이 가장 많았고, 유선형으로 바뀐 이유인지 등푸른 생선 등 어류 별명이 붙었습니다.
바로 전작인 LF 뉴라이즈와 함께 디자인은 더 퇴보했으며 형제차인 기아 K5에게 졌다는 평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이러한 의견을 뒷받침하듯, 판매량마저 K5에게 밀리게 되면서 쏘나타 DN8은 부진으로 위기를 맞이하게 됩니다. 현대자동차에서도 이 혹평을 인지했는지, 출시한 그 해에 황급히 디자인을 일부 변경하고 1600cc 엔진에 터보를 조합한 센슈어스 라인업을 출시합니다. 그 후엔 기존에 판매하던 2000cc 가솔린 라인업에도 센슈어스 디자인을 확대적용하면서 연식변경을 거쳤습니다.
하지만 메기를 닮았다는 기본 형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고, 여전히 형제차인 K5에게 판매량이 밀렸습니다.
2. 쏘나타의 인식
디자인 다음으로 발목을 잡은 요소는 오랜기간 깊게 자리잡은 쏘나타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었습니다. 쏘나타는 예로부터 중/ 장년층의 이미지가 강한 자동차입니다. 그 중에서도 부모님 차, 도로에 널려있는 택시 이미지가 가장 익숙하기 때문에, 젊은 층과는 항상 거리가 있었습니다. 문제는 쏘나타의 어중간한 목표 설정이었습니다. 젊은 층을 겨냥하려면 확실하게 과감하고 스포티하게 나오던지, 중/ 장년층을 겨냥하려면 점잖고 세련된 이미지로 가야하는데, 이 두 소비자층을 모두 확보하기 위해 이도저도 아닌 디자인으로 나와버린 겁니다.
위에서 했던 디자인 이야기를 여기에서 하는 이유는 단순히 외형이 못생겼다는 것을 떠나 타겟설정부터 오류가 났기 때문에 결론적으로 저런 디자인이 나와버렸다는 추가 설명을 하기 위함입니다. 이렇게 양쪽에 발을 걸쳐 놓았으니, 젊은 층은 쏘나타라는 이미지 때문에 처음부터 K5나 아반떼, K3로 넘어가는 경우가 대다수였고, 기존의 중/ 장년층은 이 가격대에 쏘나타의 대안이 없었기에 구매를 망설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신차효과 이후, 판매량은 K5에게 밀려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었고, 젊은 디자인으로 각 잡고 출시한 그랜저에게도 판매량이 밀리면서 입지가 위태로워졌습니다. 기존에 아반떼나 K3처럼 준중형차를 타던 사람은 쏘나타가 아닌 그랜저나 K8로 넘어가고 있었고, 쏘나타와 그랜저의 간극이 점차 줄어들게 되면서 애매한 위치가 되어버린 겁니다.
3. 택시모델의 부재
현대자동차는 쏘나타 DN8을 출시하면서 택시모델은 없다고 단단히 쐐기를 박았습니다. 도로 위에 널려있는 쏘나타 택시로 이미지가 굳어진 것을 의식했는지, 역대 쏘나타 중 최초로 택시모델을 판매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또한 기존 택시기사들의 반발을 예상했는지, 택시 모델은 별도의 차종으로 출시할 예정이라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이 또한 쏘나타의 부진으로 이끄는 요소가 되었습니다.
쏘나타의 판매량을 받치고 있던 구매층 중에는 택시도 함께 있었기 때문입니다. 매일같이 운행하는 택시들은 주행거리가 일반차들보다 월등히 많고, 교체주기도 짧은 편에 속합니다. 사실상 5년 정도면 10만~ 20만km는 간단히 넘기고, 주행거리가 많은만큼 차량의 노화도 함께 진행되기 때문에 사실상 바꾸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택시 수요도 쏘나타 판매량의 무시할 수 없는 요소였는데, 택시 모델 미출시 발표로 단칼에 잘라내버린 것이죠. 택시시장은 일부 차종을 제외하고 쏘나타와 K5로 양분화되어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데 웃긴 점은 쏘나타의 윗급인 그랜저 택시모델은 그대로 출시하는데, 쏘나타만 없애버렸다는 겁니다. 이미지를 생각했다면 쏘나타를 없앨게 아니라 럭셔리를 외치고 나온 그랜저부터 없애는게 맞는 것 같은데 말이죠. 결과적으로 쏘나타의 판매량을 뒷받침하고 있던 택시모델 수요는 구형인 뉴 라이즈에 머물게 되었고, 나머지는 그랜저, K8, K5로 넘어가게 되었습니다.
정리하며...
2023년 1월 기준으로 쏘나타 DN8은 아직까지도 K5보다 판매량이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또한 쏘나타 DN8의 주요 구매층은 중/ 장년층으로, 디자인으로 구매하기보다는 쏘나타라는 이름인 이유가 가장 크다는 분석입니다. 출시한지 4년째에 들어선 지금까지 쏘나타 역사상 K5보다 판매량이 이토록 오랫동안 뒤지는 일은 처음입니다. 그랜저보다도 판매량이 적고, DN8 다음으로 출시될 모델은 쏘나타라는 이름마저 버리고 새로운 이름으로 출시한다는 루머까지 돌고 있습니다. https://autoart.tistory.com/55(이 루머는 페이스리프트 모델이 담긴 유출사진으로 일단락되었습니다)
이로써 DN8의 후속이 부진을 딛고 쏘나타의 역사를 이어갈지, 막을 내리게 될지를 결정하는 역할을 맡게 되었습니다. 국민세단이 바람 앞의 촛불과도 같은 신세에 처하게 되니, 자동차 매니아로서는 안타까울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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