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체 이노베이션 단점
필자는 로체 이노베이션을 타고 있습니다. 출시한지 14년이 지난 현재는 중고로 150~ 400만원의 가격대로 형성되어 있습니다. 이 가격대로 중형세단을 살 수 있으니 가성비라 생각할 수 있지만, 가성비는 어디까지나 가격 대비 나쁘지 않다는 것일뿐 절대 좋다는게 아닙니다. 이번 글에서는 실차주인 필자가 이 차를 중고로 구매하는걸 절대 추천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하려고 합니다.
1. 연식
로체 이노베이션은 2009년에 출시하여 올해로 14년을 바라보고 있는 차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낡았습니다. 아무리 명기라 하더라도 세월 앞에 장사 없는 법이며, 10년이 넘어가는 순간부터 어디서 무슨 문제가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같은 상태가 됩니다. 그 폭탄이 터지면 내 돈이 나간다는게 문제입니다. 게다가 로체 이노베이션은 출시한 2008년 당시에도 품질이 좋다는 소리는 못들었습니다.
따라서 이 차를 중고로 구매하면, 아무리 관리를 잘했어도 노화로 인해 터지기 시작하는 문제들을 모두 자신이 감당해야 된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차라리 동일한 가격으로 다른 차종을 알아보는게 낫습니다. 이 차에 특별한 인연이나 추억, 흥미가 있어도 내 수중으로 오는건 차원이 다른 문제입니다.
2. 엔진
로체 이노베이션은 지금까지도 말 많고 탈 많은 세타(θ) 2 엔진이 탑재되어 있습니다. 이 엔진은 국토교통부로부터 결함이라는 평가를 받은 엔진입니다. 고질병이 엔진인 자동차입니다. 게다가 동일한 엔진에 후속차종인 YF 쏘나타와 1세대 K5는 리콜을 시행했지만, NF 쏘나타 트랜스폼과 로체 이노베이션은 리콜대상에서 쏙 빠졌습니다. 어떤 조치도 받을 수 없고, 문제가 발생하면 순전히 내 돈 주고 고쳐야 한다는 소리입니다.
세타 2 엔진의 대표적인 문제는 힘이 발생하는 실린더 내부에서 발화점 이상 (Miss Firing)으로 피스톤이 엔진 외벽을 긁으며 때리는 현상으로, 심할 경우 엔진을 통째로 갈아야 합니다. 박병일 자동차 명장이 '유리 엔진'이라는 별명을 붙였을 정도입니다. 이 문제는 운전자가 직접 알 수 있는게, 시동을 걸면 예열하기 전까지 '대갈대갈대갈' 하는 소리가 납니다.
필자의 차는 아버지께 물려받기 전 이미 엔진을 통째로 교체한 적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같은 엔진으로 교체한거라 나중에 터질 고질병은 여전합니다. 또한 후드를 열면 갈비뼈처럼 생긴 흡기 가스켓 결합부가 노화되거나, 차량 하부에 위치한 촉매에 문제가 생기면 엔진 경고등이 들어오는 고질병도 있습니다. 가스켓 문제라면 평균 30만원대로 해결이 가능하지만, 촉매 문제라면 중고가에 버금가는 180만원이기 때문에 큰 낭패를 볼 수도 있습니다.
3. 치명적인 변속기
로체 이노베이션에는 시대착오적인 방식의 변속기가 달려 있습니다. 바로 4단 변속기입니다. 형제차인 NF 쏘나타 트랜스폼과 나란히 4단 변속기가 탑재되어 있는데, 여러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일단 변속기 단수가 적으면 엔진힘을 분배하는 단계가 적어 가속은 굼뜨고 연료는 많이 소비합니다. 240km/h까지 써진 계기판에서 80km/h에 4단으로 이미 모든 변속이 끝난 상태이며, 그 이후로는 엔진 회전수만 올라가며 연료를 기하급수적으로 소모합니다.
이후 출시된 동급 차종들은 최소 6단 변속기가 장착된걸 보면, 중형차임에도 4단 변속기는 치명적인 단점 중 하나입니다. 출발은 모닝보다 느리고 가속은 프라이드한테 집니다. 또한 동시대 라이벌이었던 대우 토스카는 5단이었습니다.
공인 복합연비는 11.5km/L인데, 실제로는 도심에서 5~ 6km/L, 고속에서 9km/L 나옵니다. 배기량이 2000cc임에도 준대형차에 버금가는 연비를 보여주며, 경제적인 것과 거리가 먼 차입니다.
4. 둔탁한 가속
4단 변속기 때문인지, 기본 세팅이 그렇게 되어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가속 페달을 밟으면 예민한건지 둔한건지 분간이 안될 정도로 감도가 이상합니다. 조금만 밟아도 울컥대며 튀어나가는데, 속도가 붙은 상태에서는 둔합니다. 따라서 저속에서는 정말 심혈을 기울여 밟아야 부드러운 가속이 가능하고, 고속에서는 내리 밟아야 그나마 속도를 냅니다. 운전연습용으로 중고를 구매할 사람이라면 이런 특성은 매우 부적절하며, 적응하는데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5. 적응 안되는 브레이크 감도
로체 이노베이션의 브레이크는 중형 차라기엔 민감한데, 그렇다고 잘 서지도 않습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페달을 밟으면 소형차처럼 반응이 팍팍 오는데 반응만큼 빨리 멈추지 않는다는 겁니다. 어느 한쪽에도 포함되지 않는 어중간한 브레이크 세팅은 로체 이노베이션의 승차감을 크게 떨어뜨리는 요소입니다. 중형세단 정도 되면, 브레이크를 밟았을때 승객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부드럽고 정숙하게 멈춰야 합니다. 그런데 로체 이노베이션은 브레이크를 밟으면 움찔하면서 쭈욱 밀리다가 콱 서버립니다. 세팅 문제이기 때문에 연습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중고로 구매할 예정이라면 시운전을 필히 해보고 결정해야 합니다.
6. 헐렁한 핸들
로체 이노베이션은 출시 당시, 핸들링이 국산차를 통틀어 역대급으로 뛰어나다는 호평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이 호평은 2008년에 받은 것이고, 그로부터 14년이나 지난 현재 2023년에서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입니다. 기본적으로 핸들이 팍팍 돌아가는대신, 똑바로 가야하는 직선 구간에서는 헐렁해서 차체가 이리저리 기울어집니다. 감도는 또 엄청 예민해서, 살짝만 기울여도 차가 돌아갑니다. 고속도로 같이 빠른 속도로 직선이 이어지는 장소에서는 틀어지는 차체를 바로잡기 위해 끊임없이 핸들을 움직여야 하고, 장거리인 경우 운전의 피로도를 가중시키는 원인이 됩니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로체 이노베이션의 핸들이 옛날차에 들어가는 유압식이기 때문입니다. 전자식 핸들은 최상위 트림인 프리미엄에만 넣어주었고, 나머지는 모두 유압식입니다. 따라서 핸들감각은 요즘 차보다 무거운데, 헐렁해서 이리저리 틀어집니다.
7. 딱딱 소리
로체 이노베이션의 대표적인 고질병입니다. 저속에서 브레이크를 밟을 때 변속기에서 막대로 치는 듯한 딱딱 소리가 납니다. '솔레노이드 어셈블리'에 문제가 생기면 이런 소음이 발생하는데, 수리비는 저렴하지만 고쳐도 얼마 안가서 다시 발생하는 골치 아픈 부위입니다. 소리만 들어보면 어딘가 고장난 듯한 느낌을 주며, 특히 잡소리에 민감한 사람이라면 정신건강을 위해 피하는게 상책입니다. 중고로 구매했는데 이런 소리가 난다면, 기름 넣듯이 주기적으로 교체하는 부위라 생각하고 타는게 마음 편합니다.
<여기서부터는 각종 편의장비와 구조, 기능에 관련한 단점들입니다.>
8. 요추 받침의 부재
로체 이노베이션은 시트 구조가 많이 비정상적으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등받이 아래로 갈 수록 안쪽으로 오목하게 들어가는 모양인데, 이 구조가 운전자에게 허리 통증을 유발합니다. 결과적으로 허리 아래쪽에 받쳐주는게 없어 빈 공간이 생기게 되고, 장시간 무게를 받는 요추에 무리가 가게 됩니다.
황당한 점은, 형제차인 쏘나타 트랜스폼에는 버젓히 요추 받침대가 들어가 있다는 것입니다. 시트 조절버튼 옆에 위치한 스위치가 요추 조절장치고, 체형에 따라 조절할 수 있어 편안한 운전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로체 이노베이션은 현대의 차별전략으로 중형 세단임에도 이 기능이 빠졌습니다. 형제차지만, 편의기능은 형제가 아닙니다. 따라서 허리 문제가 생기지 않으려면 무조건 차량용 등쿠션을 구매하여 장착해야 합니다. 장 보러 갈때나 잠깐 볼일 보러 다닐 때는 괜찮을 수 있으나, 출퇴근, 장거리 운전에서는 이 단점이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9. 반쪽짜리 핸들 조절장치
비교적 최신 차종들은 위, 아래, 앞, 뒤로 체형에 맞게 조절할 수 있습니다. 반면, 로체 이노베이션은 위, 아래로만 움직이기에 체구가 작은 사람은 자세가 앞으로 쏠리게 됩니다. 원래라면 시트 위치와 높낮이를 조절한 다음, 마지막으로 핸들을 조정하여 맞춥니다. 하지만 로체 이노베이션은 반대로 핸들부터 조정한 뒤, 이에 맞춰서 시트를 조정해야 합니다. 이 문제는 로체 이노베이션의 후속인 1세대 K5에도 있기 때문에 유일한 단점이라고 칭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불편한 것은 사실입니다.
10. 서스펜디드 페달
로체 이노베이션의 가속 페달은 위에서 가지처럼 내려온 형태인 서스펜디드입니다. 서스펜디드 페달의 치명적인 단점은, 뒷꿈치 외에는 발이 둥 떠있기 때문에 발목에 힘이 들어간다는 것입니다. 부드럽고 안정적인 주행을 위해 발목에는 항상 필요 이상의 힘이 들어가 있고, 조금만 운전해도 발목이 아프며 장거리 운전에서는 쥐가 날 수도 있기 때문에 휴식을 취할 수 밖에 없습니다. 바로 후속모델인 K5에서부터 이 페달이 오르간 형태로 바뀌었으며, 그 뒤로 모든 중형세단에 적용됩니다. 한세대 차이로 운전의 편리함이 극명하게 나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장거리 운전을 많이 하는 사람이라면 절대 추천하고 싶지 않은 방식입니다.
11. 어딘가 빈약한 옵션
필자의 로체 이노베이션은 최고급형으로, 가장 윗단계인 프리미엄 바로 아래 등급입니다. 요즘 차로 치면, 준 풀옵션에 버금가는 사양으로 출고한 셈입니다. 패들 시프트, JBL 프리미엄 스피커, 전동시트, 차속 감응형 와이퍼 등 당시에 흔하지 않던 옵션이 대거 포함되어 있는데, 그럼에도 무언가 많이 빠졌습니다.
핸들 왼쪽을 보면, 인테리어 밝기 조절 다이얼 외에는 모두 비어있습니다. 비어있는 자리는 원래 비올때 자동으로 와이퍼를 작동시키는 '레인 센서'와 공기청정 기능, 차체가 불안정해지면 자동으로 균형을 잡는 '자세제어장치 VDC (Vehicle Direction Control)'가 위치해야 합니다. 문제는 이 차가 최상위 등급 바로 아래인 최고급형이라는 점입니다. 명칭과 달리 돈 덜냈으니까 뺄게~ 라고 말하는 듯한 빈 버튼들은 눈살을 찌뿌리게 만듭니다. 그 당시에는 옵션을 모두 때려박으면 출고가 늦어졌습니다. 반도체 수급난인 현재와는 비교도 안되겠지만, 이런 이유에서인지 옵션이 풍부한 중고 매물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또한 기아차는 싼 맛에 타는거였기에 그렇게 사람들이 옵션에 욕심내지도 않았습니다. 풀옵션으로 로체를 탈 바엔 다른 차로 넘어갔었습니다.
12. 일체형 헤드레스트
로체 이노베이션의 뒷좌석을 보면 머리가 닿는 헤드레스트가 일체형임을 알 수 있습니다. 현대의 내수차별이 정점에 이른 시기에 나온 차다 보니, 가장 윗등급인 프리미엄을 택하지 않으면 모두 저런 형태를 하고 있습니다. 또한 세단은 5인승인데, 가운데 좌석의 헤드레스트는 아예 없습니다. 이렇게 되면 뒤에 타는 사람은 자기 체형에 맞게 헤드레스트를 조절할 수도 없고, 체구가 작은 사람은 목이 앞으로 젖혀지게 됩니다. 문제는 조절식 헤드레스트가 달린 프리미엄 등급인 로체 이노베이션은 손에 꼽을 정도로 그 수가 적다는 것입니다. 위에서도 설명했지만, 저때까지만 해도 기아는 싼 맛에 타는 국산차였기에 옵션을 모두 선택해서 출고하는 경우는 극소수였습니다. 따라서 편의기능을 중시하는 사람이라면 일체형 헤드레스트는 무시할 수 없는 단점 중 하나입니다.
13. 부족한 수납공간
로체 이노베이션의 2열 문짝을 보면 어지간한 차에는 모두 있는 수납공간이 없습니다. 문짝 수납함을 사용해본 사람이라면, 이 공간이 은근 유용한 점이 많다는 것에 공감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로체 이노베이션의 2열 문짝에는 수납공간 대신 모양만 나 있습니다. 실용성을 중시한다면 이렇게 사소한 것일지라도 크게 와닿을 수 있습니다.
14. 옛날방식 트렁크
트렁크를 보면, 우리가 흔히 알던 구조와 많이 다른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구조로 인해 트렁크의 무거운 하중을 사람이 받쳐 올려야 하기 때문에 많은 힘이 들어갑니다. 요즘 차들은 딸칵 소리와 함께 가볍게 들어올리면 되지만, 로체 이노베이션의 트렁크를 열려면 힘차게 들어올려야 합니다. 한손에 짐을 들고 있다면 겨우 열 수 있고, 두 손에 짐이 모두 들려 있다면 바닥에 내려놓고 트렁크를 열어야 합니다. 손잡이 또한 옛날 차라서 없기 때문에, 닫을 때에도 바깥쪽을 짚고 내려야 합니다. 장보거나 여행갈 때 아니면 트렁크는 많이 사용할 일이 적지만, 한번씩 이런 불편함을 경험하다보면 더 크게 와닿을 수 있습니다. 또한 차가 오래되었기 때문에, 중고로 구매했을 경우 트렁크를 받치는 완충장치의 노화로 트렁크가 쾅쾅 떨어지거나 잡소리가 날 수 있습니다.
15. 뒷좌석 매트 고리의 부재
대부분의 중형 차 이상 급의 바닥을 보면, 매트가 움직이지 않도록 고정하는 단추나 고리가 있습니다. 로체 이노베이션은 뒷좌석에 매트를 고정하는 단추나 고리가 없어 타고 내리거나 발을 움직이면 매트도 같이 움직입니다. 이렇게 되면 매트가 제자리에 있지 않고 앞좌석 아래 깊숙히 짱박히거나 바닥에 오염물이 쌓이면서 더러워집니다. 매트는 인테리어 효과도 있지만, 발이 미끄러지지 않게함과 동시에 신발 바닥에서 묻은 오염을 가두는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고정장치가 없어 이 매트가 이리저리 움직이게 되면, 없느니만 못한 셈이 됩니다. 부품을 직접 구매하여 설치하는 방법도 있지만, 중형 세단에 이런 것 조차 없다는 사실은 문제가 됩니다. 내부 청결과 관리에 신경쓰는 사람이라면, 이런 점도 큰 불편함이 될 수 있습니다.
결론
이렇게 필자가 타면서 느낀 로체 이노베이션의 단점을 설명하였습니다. 이 정도면 타면 안되는 차 아닌가 싶을 겁니다. 네, 맞습니다. 타면 안되는 차입니다. 중고로 구매할 생각이라면 다른 차를 알아보는게 맞습니다. 14년된 차를 중고로 구매하는 사람은 많지 않고, 중고시장에 나오지도 않습니다. 그마저도 전부 수출로 내보내는 판국이고, 중고시장에서의 가치는 없어진지 오래입니다. 기아차 디자인의 아버지라 불리며 이미지가 깽판난 K5 대신 로체 이노베이션을 찾는 사람들이 꽤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 보내줘야 합니다. 필자도 이 차를 얼마나 더 탈지는 모르지만, 오래 타지는 않을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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