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일블레이저 단점
쉐보레의 소형 SUV 트레일블레이저는 한국GM을 먹여살리고 있는 효자입니다. 판매량의 대부분을 이 차가 차지하고 있고, 현대의 코나와 셀토스랑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차의 장점은 SUV답게 각진 형태로 단단하고 세련된 디자인 뿐, 그 외엔 단점밖에 없습니다. 총 3개의 다른 등급을 모두 타본결과, 옵션의 차이만 있을뿐 차 자체는 별로라는게 필자의 생각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필자는 이 트레일블레이저의 구매를 추천하지 않습니다. 구매를 추천하지 않는 결정적인 요소는 엔진, 마감, 승차감, 옵션으로 총 4가지입니다.
1. 엔진
트레일블레이저는 고질병이라 불리는 엔진오일 감소문제가 있습니다. 현대의 아반떼 MD가 동일한 문제를 겪었고, 조건에 한해 무상리콜을 했었습니다. 트레일블레이저와는 전혀 다른 엔진이지만요. 우선, 엔진오일이 감소하게 되면 가장 큰 문제는 점화 시기가 맞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점화시기가 어긋나면 자동차가 제 출력을 내지 못하는 것을 시작으로, 힘을 발생시키는 실린더가 외벽을 긁어 마모되며 최악의 경우엔 외벽이 파손되어 엔진을 통째로 갈아야 합니다. 따라서 엔진오일이 감소하는 문제가 있다면 차주가 수시로 오일량을 점검해야하고, 부족하다면 매번 보충해야 합니다. 이 문제는 뉴스기사가 뜰만큼 트레일블레이저 차주들이 대규모로 겪고 있고, 서비스센터는 보충하면서 탈 수 밖에 없다는 허무맹랑한 답변뿐입니다. 부족하면 채워야한다는걸 누가 모르나요?
1,000km 주행하면 110ml~ 300ml까지 줄어든다는 사연도 있는데다, 쉐보레 측에서는 공식 답변과 리콜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습니다. 트레이블레이저의 엔진오일 용량은 총 4.5L인데, 1,000km 주행 시 100ml가 소모되면 10,000km마다 1L가 없어진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는 엔진오일 감소문제로 골병을 앓았던 아반떼 MD랑 비교가 안될 정도로 심각한 수준입니다.
2. 마감
트레일블레이저의 마감은 2023년에 판매되는 차가 맞나 의문이 들 정도로 최악입니다. 필자가 보았던 차 중에서 손에 꼽을 수준으로 마감이 불량하며, 출고한지 몇달 안된 차량도 실내 마감재에서 잡소리가 나거나 이격이 발생하는 등 마감품질이 가히 충격적입니다. 이격이 발생한 부위를 눌러보면 부속끼리 서로 맞지않아 소리가 났고, 주행중에도 신경을 거슬리게 할 정도로 잡소리가 심했습니다. 그런데, 잡소리는 예민함의 정도를 떠나서, 발생하는 순간부터 골치아픈 문제라는 겁니다.
이 잡소리가 엔진에서 나는지, 체결된 부품에서 나는지, 변속기같은 구동계통에서 나는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실내 마감재까지 더해지면 차주는 불안함 속에서 운전할 수 밖에 없습니다. 잡소리를 체험해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정말 신경질납니다. 문제는 이 잡소리가 발생하는 부위를 한번에 찾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는 것입니다. 온신경을 곤두세워 그 위치를 찾아내야 하고, 운전에 집중해야 하는 순간에도 신경이 잡소리에 쏠려 있기 때문에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습니다.
보통 자동차 실내 마감재는 10년을 전후로 수명을 다하는데, 출고한지 얼마 안된 차에서 벌써부터 이격과 잡소리가 발생한다는건 품질이 최악이라는 결론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또한 외부는 '단차'라 하여 외장 부속끼리 딱 들어맞지 않고 어긋나있는 모습을 수도없이 보았을 뿐더러, 차주 대부분은 인수거절하면 반도체 수급난으로 또 하염없이 기나긴 시간을 기다려야하기에, 어쩔 수 없이 그냥 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3. 승차감
모름지기 SUV라면, 높은 차체와 푹신한 승차감으로 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지만 트레일블레이저는 SUV답지 않게 딱딱하고 불편합니다. 이는 완충장치가 싸구려거나, 지나치게 단단하도록 설정하면 이렇게 됩니다. 평탄하고 양지바른 도로에서는 그나마 안정적이지만, 요철이나 비포장으로 진입하면 마차를 타는 것 마냥 쿵쾅거립니다.
중요한 것은 이 차가 스포츠카가 아닌 SUV라는 겁니다. SUV는 노면을 가리지 않고 유연하게 주행이 가능하고, 큰 실내공간과 함께 다방면의 활용도를 자랑하는 차종입니다. 하지만 포장도로 노면에서만 뛰어나면 그건 SUV가 아니라 온로드 카입니다. 트레일블레이저는 SUV라는 사실을 잊은 듯 승차감이 딱딱하고 불편합니다. 이렇게 되면 장거리, 장시간 운전 시 승객에게 통증을 유발하게 됩니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오래타면 몸이 아파 강제로 쉬어야 한다는 소리입니다. SUV라고 칭하기 부끄러운 수준이죠.
4. 옵션
현대 기아의 전략을 통해 배웠는지, 트레일블레이저는 쉐보레 역사상 가장 옵션 장난질이 심한 모델입니다. 트레일블레이저는 2023년 2월 기준, 프리미어/ 액티브/ RS 총 3가지 트림이 있습니다. 시작가가 2,576만원이라는걸 보았을 때, 절대로 저렴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엉덩이에 땀 차지 않게 하는 통풍시트도 프리미어에서는 전자식 계기판과 함께 컴포트 패키지로 묶여있어 110만원을 내고 추가해야 합니다. 원하는 옵션만 선택이 불가하고 강제로 끼워 넣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이렇게 되면 차 가격은 2,686만원으로 훌쩍 뛰게 되는데, 액티브가 2,728만원, RS가 2,772만원으로 가격차이가 100만원도 안나게 되기에 결국은 상위 등급을 선택할 수 밖에 없게 됩니다.
또한 사람들이 많이 찾아 수요가 높은 BOSE 프리미엄 스피커나 앞유리에 가상으로 계기판을 보여주는 HUD는 프리미어에서는 선택지조차 없어 액티브와 RS에 가서야 선택가능하고, 프리미어는 수요도 낮고 활용도 적은 옵션만 선택할 수 있도록 해놓았습니다. 따라서 원하는 등급에 입맛대로 옵션을 선택하는게 아닌 강제로 상위 등급인 액티브와 RS를 선택할 수 밖에 없고, 여기서도 기본 포함이 아닌 옵션이기에, 모두 선택하면 3,000만원이 훌쩍 넘습니다.
가장 불편한 점은 옵션에 대한 설명이 없다는 것입니다.
쉐보레 공식 홈페이지에서 트레일블레이저 견적내기를 클릭하면 나오는 화면입니다. 옵션을 클릭하면 사진이 살짝 달라지는데, 소비자는 이걸 보고 뭐가 추가되었는지 알아맞춰야 합니다. 뭐가 없어졌다 나타나고, 어딘가 조금씩 바뀌는데, 자동차를 좀 안다 싶은 사람도 겨우 눈치챌 정도로, 견적내기가 불친절하고 꼴에 건방집니다.
트레일블레이저는 이 많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디자인 하나만으로 한국GM을 먹여살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트레일블레이저를 구매하는 대부분의 소비자는 위같은 사실을 모른다는 겁니다. 시간이 지나면 자동차의 품질과 고질병에 대한 불만과 이의가 터져나올 것이고, 지금은 좋다고 손놓고 바라보고 있는 한국GM은 조만간 큰일 치르게 될 것입니다. 가격이 말도 안될 정도로 비싸면 차가 좋기라도 해야되는데, 싸구려에 문제도 많습니다. 이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트레일블레이저, 겉모습에 속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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